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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봉 목사의 <숨어계신 하나님>
(IVP, 2008)

2007년 제60회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 국내외 여러 영화제에서 찬사와 호평과 수상의 영예를 이어가고 있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 이 영화는 기독교 영화도 아니고, 종교 영화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인생의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 주며, 또한 깊은 통찰을 제공해 줍니다. 종교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생각의 실마리들을 던져 줍니다. 기독교인에게는 그 특별함이 더한데, 주인공이 교회를 통해 기독교적 구원을 추구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기독교를 선전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기독교인들을 아주 불편하게 합니다.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반기독교적 영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감독은 기독교의 모습을 가능한 한 있는 그대로 그리기 위해 믿을 만한 목회자로부터 세심한 자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다른 영화와 달리, “밀양”은 주인공 신애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쳐가는 한 과정으로서 교회와 기독교를 등장시킵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는 있는 그대로 교회와 교인의 모습을 그리려고 힘써 노력한 흔적이 뚜렷하게 보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기억에 남겨진 잔상들을 떨쳐 버리기가 어려웠고, 이 영화가 제게 제기한 질문들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신애와 도섭이 철창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장면이며, 신애가 달뜬 표정으로 간증하는 장면, 공원에서 열리는 부흥 집회에 가서 방해하는 장면, 미장원에서 도섭의 딸을 마주하는 장면 등이 제 마음속에서 ‘연속 상영’되고 있었습니다. 그와 함께 다음 질문들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인생이란, 구원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과연 용서할 수 있을까? 신에게 참회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상처받은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고 도울 수 있을까? 믿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교회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이렇게 괴롭힘을 당해 보긴 처음이었습니다. 문화 비평적인 은유를 사용하자면, 감독이 영화 속에 숨겨 놓은 덫에 걸린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 깊은 우리 교우들과 함께 이 문제를 논의하면서 답을 찾아 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궁리하던 중에 저는 설교를 통해 이 문제를 다루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영화관에 가신 예수님”이라는 4회 연속 설교를 하게 되었습니다. 설교를 마친 다음에도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책으로 엮어 내게 되었습니다[「숨어 계신 하나님」(IVP 3월 신간)]. 설교에서 다루지 못한 세 가지의 주제를 더했고, 이미 설교했던 원고도 많은 부분에서 수정되었습니다.

저는 “밀양”에서 우리 믿는 사람들의 초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초상은 부인할 수 없는 있는 그대로의우리 모습이었지만, 그것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분명히 그 모습이 우리 모습인데, 영화라는 거울을 통해 그 모습을 마주하고 보니, 뭔가 어색하고 왜곡되어 있음을 느낀 것입니다. 그것이 저를 불편하게 했습니다. 이 불편함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서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또 보았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저 자신에 대한 성찰의 과정이었습니다. 그렇게 성찰하는 가운데, 우리 모습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영으로 인해 마땅히 되었어야 할 그 모습과 지금 우리 모습 사이의 간극이 저를 착잡하게, 당혹스럽게, 께름칙하게 그리고 석연찮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저는 부끄러웠습니다. 이를 어쩌나 싶었습니다.

교회는 지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 위기는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스스로 자초한 위기입니다. 우리가 제대로 믿지 못하고 제대로 행동하지 못하여 생긴 위기입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참된 진리를 추구하기보다는, 현세적인 축복과 물질적인 번영의 수단으로서 기독교 신앙을 오용했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기보다는 우리 자신의 목적을 위해 예수의 능력을 끌어 쓰려고만 했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성령의 능력으로 정화되고 성화되어 예수 그리스도처럼 살려고 하지 않고, 성령의 능력으로 성공하기만을 꿈꾸었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그로 인해 교회는 사회에서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잊을 만하면 대형 교회의 스캔들이 방송됩니다. 기독교인들의 독선적이고 오만한 행동이 자주 문제를 일으킵니다. 나라의 지도층에 기독교인들이 많지만, 기도의 능력으로 더 출세하기만을 꾀할 뿐,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려는 지도자는 별로 없습니다. 교회의 영역을 떠나 우리 사회의 원로로서 존경받고 인정받는 목회자를 찾기 어렵습니다. 교회는 날로 증오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교세는 날로 위축되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생각한다면, 그분이 드러내신 창조주 하나님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지금도 우리 가운데 역사하시며 구원의 사역을 행하고 계신 성령님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참으로 통곡할 일입니다. 가장 값진 진주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진창에 굴리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구원의 진리가 우리 믿는 사람들의 잘못으로 인해 멸시받고 있으니, 이를 어찌합니까? 모한다스 간디(마하트마 간디라고도 불렸지요)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깊은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기독교인이 되지 않은 것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예수 그리스도는 존경하는데, 교회가 싫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간디와 같은 심정의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을지요! 깨어나야 합니다. 각성하고 정신 차리고 회개하고 새로워져야 합니다. 지금 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저와 당신이 함께 각성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참 제자가 되기 위해 진지하게 말씀을 배우고, 그 말씀을 우직하게 실천하면서, 참다운 진리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저 같은 목회자는 한눈 팔지 말고, 다급한 교회 성장을 위해서 ‘꿩 잡는 게 매’라는 식으로 요령 피우지 말고, 구도적 열정을 가지고 진리의 말씀 안에서 자라도록 스스로 힘쓰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영혼의 회복과 성장을 위해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성도들께서도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성령의 감화를 받아, 진리의 사람으로 회복해 가는 일에 마음을 두고 헌신해야 합니다. 그 길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저는 이창동 감독에게 마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앞에서 나눈 것과 같은 뼈아픈 자아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 준 것에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그는 기독교인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기독교에 대해 애정 깊은 안타까움을 가진 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명장으로서 재확인되기도 했지만, 의식 있는 기독교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이 영화가 그 동안 보아 왔던 소위 ‘은혜로운’ 선교 영화들보다 훨씬 더 감명 깊었습니다.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자, 이제 우리 모두 신애처럼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거울 앞에 서십시다. 우리의 거울은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야고보서에 다음과 같은 말씀이 있습니다. “말씀을 행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그저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 마십시오. 말씀을 듣고도 행하지 않는 사람은 있는 그대로 자기 얼굴을 거울 속으로 들여다보기만 하는 사람과 같습니다. 이런 사람은 자기의 모습을 보고 떠나가서 그것이 어떠한지를 곧 잊어버리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완전한 율법 곧 자유를 주는 율법을 잘 살피고 끊임없이 그대로 사는 사람은, 율법을 듣고서 잊어버리는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인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그가 행한 일에 복을 받을 것입니다”(1:22-25). 여기서 저자는 ‘율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것은 저자의 유대교적 배경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단어를 ‘말씀’이라는 단어로 바꾸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육신이 되어 우리에게 오신 말씀, 곧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그분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진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의 거울입니다. 이 거울로써 우리 자신을 부단히 비추어보고, 잘못된 것을 고쳐 나가면, 우리 자신에게도 이로울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도 덕을 끼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기독교인들처럼 ‘겉도는 신자’의 모습을 탈피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진정한 도움이 되며,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에게 치유가 되고, 길 잃은 사람에게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진리의 기적이 저에게 그리고 저와 같은 마음을 품은 당신께 목숨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끊임없이 이어지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