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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람의 위안
by Donald W. McCullough ,
The Consolations of Imperfection:

단평

진실로 성숙한 신앙이란 무엇인가? 백절불굴의 강한 믿음이란 어떤 것인가? 늘 푸르고 청정한 영성에 이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이 책은 아주 ‘낯선’ 대답을 제시한다. 그런데 그 낯설음이 신선함으로 느껴지고, 새로운 깨달음으로 다가온다. 읽는 동안 얼마나 많이 미소 지었고, 얼마나 많이 고개를 끄떡였는지!

몇 년 전에 신경 치료를 했던 왼쪽 어금니가 자꾸 붓고 시큰 거렸다. 의료비가 비싼 미국에서 치과 치료를 한다는 것이 여의치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치과 의사를 찾았다. 엑스레이를 찍고 나서 치과 의사는 고개를 저었다. 이를 뽑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경 치료를 다시 하여 살리는 수는 없겠느냐고 물었더니, 정 원하면 하기는 하겠는데, 성공 확률이 10%도 안 된다고 했다. 일순간 돈을 절약하느냐 아니면 어금니 없이 사느냐를 두고 판단해야 했다. 나는, 돈을 버리더라도 치료를 해 보자고 했다. 나이 48세에 어금니 없이 사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나보다 젊은 독자들 가운데 벌써 치아 몇 개를 포기하고 사는 분들이 있을 텐데, 그분들은 나를 용서하시라. 그분들도 처음으로 치아를 포기할 때 나와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경 치료는 결국 실패했고, 나는 마침내 어금니 하나를 포기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나도 안다. 이 나이쯤이면 하나씩 포기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내 마음은 아직 내 육체의 나이를 인정하는 일에 어려움을 느낀다. 내 어릴 적, 48세 된 어른은 무덤에 꽤 가까이 있다고 느꼈었는데, 이제 그 나이가 된 나는 아직도 무덤에서 멀리 있다고 느끼고 있다. 이 무슨 모순이란 말인가! 머리로부터 가슴까지의 거리가 제일 멀다더니, 머리로 아는 것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이렇게 다르단 말인가!
병상에서 투병하는 노인들을 방문할 때면, 나는 자주 샤르댕 신부가 쓴 다음의 기도문을 읽고 위로해 주곤 했다.

몸에 하나 둘 나이 먹은 흔적이 생길 때--그리고 이 흔적들이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을 때, 나를 조금씩 움츠러들게 하고 쇠약하게 하는 질병이 몸 안팎에서 생겨날 때, 나도 병들고 늙어 간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으며 두려움 속에 빠져들 때,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를 만들어 왔던, 알지 못하는 위대한 힘들의 손길 안에서 자신을 잃어 가고 있으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마침내 느낄 때! 이 모든 암울한 순간에, 오 하나님, 저로 하여금 알게 하소서. 그 모든 것은 바로 하나님께서 제 존재의 중심으로 들어와 저를 하나님께로 데려가기 위해 저를 조금씩 분해 시키는 과정임을! 그 과정에서 하나님께서도 저만큼이나 아파하고 계시다는 것을! (<사귐의 기도를 위한 기도선집>, 572쪽)

아마도 이 기도문을 읽으면서 “나는 아직 이 기도와 상관없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토록 정신없는 나에게, 이제 곧 내 몸에서 떠날 왼쪽 어금니는 “이제 당신도 이 기도를 드려야 할 때임을 아시라!”고 말하고 있다. 이제는 놓는 연습, 포기하는 연습을 할 때임을 가르치고 있다. 그렇게 연습하면서 “아, 옛날이여!”를 노래하지 않고, 아픔으로 혹은 상실로 위장하고 찾아오는 하나님의 복을 발견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 음성을 들은 것은 <모자람의 위안> 덕분이었다. 출판사에서 이 책에 대해 단평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가 휴가를 며칠 앞 둔 시점이었다. 나는 ‘휴가를 위한 하나님의 배려’일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응낙을 했고, 휴가를 시작하자마자 원고를 출력하여 읽기 시작했다. 모처럼 만에, 책 읽기의 즐거움, 깨달음의 기쁨을 만끽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는 동안, 왼쪽 어금니가 죽어가면서 내게 남기고 싶어 했던 유언을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참으로 성숙한 신앙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했고, 백절불굴의 믿음이 어떤 것인지를 재고하게 되었다. 인생의 각 단계에는 그 단계에 맞는 기쁨과 복이 있다고 믿어온 나였지만, 이 책은 나의 이 생각을 세밀하게 확인시켜 주었다.
이 책은 과거에 즐기던 것들을 더 이상 즐길 수 없게 되는 나이(소위 중년 혹은 노년)에 들어선 사람들에게 ‘강추’할 책이다. 장기간 투병해야 하는 교인들을 방문할 때마다 ‘뭐 좋은 책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이면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아직 건강하고 젊고 앞날이 창창한 사람들에게는 상관없는 책이라고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한계와 상실과 절망에 마주 서기 전에 이 책을 읽고 깨닫게 된다면, 그 어려운 과정을 지나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그래서 뿌리 깊은 영성을 사모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꼭 한 번 읽고 묵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참으로 유쾌하고, 깊이 있고, 건강한 책이다. 쓰레기 같은 책들의 홍수 속에서 건져낸 아주 귀한 보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