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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콜슨의 <이것이 교회이다>
by Charles Colson, Ellen Vaughn ,The 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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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교회는 희망이다. 온갖 선전과 선동과 주장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울려낼 수 있는 곳은 아직 교회밖에 없다.
비루함이 세상 곳곳에서 높임을 받고 있는 지금, 참된 영광의 빛을 드러내는 일을 교회만큼 잘할 수 있는 곳이 없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로 모든 공동체가 소실되어가는 지금, 참된 사랑과 연대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것도 교회만큼 잘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사랑이 변덕스러운 감정과 동일시되는 지금, 참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드러낼 수 있는 곳도 교회만한
곳이 없다. 그래서 교회가 아직도 희망이다. 아니, 세상이 하나님의 뜻에서 멀어져 가면 갈수록 교회는 더욱 더 희망의
초점이 되어간다.
문제는 어떻게 교회가 다시 희망으로 회복되느냐에 있다. 물질주의와 번영의 신학으로 물든 우리 교회가 어떻게 다시 희망이
될 수 있느냐? 쇳소리가 나도록 쉰 목소리로 강변하는 설교가 아무런 설득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지금, 우리 교회가 어떻게
다시 희망이 될 수 있는가? 25%의 교세를 자랑하지만, 아직도 ‘섹트’(sect)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예배당
담장 안에서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는 지금, 우리 교회가 어떻게 이 세상에 희망이 될 수 있는가? 금권 선거,
세습, 갖가지 스캔들로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는 지금, 우리 교회가 어떻게 희망의 진원지로 회복될 수 있는가?
하긴, 그래서 더 희망을 놓지 말아야 한다. 희망이 되어야 할 것이 절망의 원인이 되고 있다면, 교회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해서라도, 교회의 희망을 논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지금의 교회가 바깥 사회에 희망이 될 수 있을까? 교인들조차
교회에 대한 희망을 놓고 어쩔 수 없이 '교인 노릇'을 하고 있는 판에, 어떻게 한국 교회는 다시 희망의 횃불로 타오를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예수님 때문에 교회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외면할 수 없는 아픈 질문이다.
찰스 콜슨이 엘렌 산틸리 본의 도움으로 쓴 책 <이것이 교회다>는 이 같은 '희망 물음'에 대해 몇 가지의 답을 던져준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The Body인데, 우리말로 옮기면서 <이것이 교회다>라고 제목을 바꿨다. 저자가
직접 붙인 제목이 암시하듯, 교회의 본질은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영과 정신에 의해 다스림을 받는
교회 그리고 몸을 구성하고 있는 지체들이 서로 긴밀한 관계 속에 함께 살아가는 교회를 마음에 두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건강한 몸으로 활동하며 주변 세계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교회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책의 서두에 나오는 리버튼
교회처럼 점잖은 교양인들의 사교 모임도 아니고, 잘 준비된 공연을 보기 위해 운집한 모임도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영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사람들이 삶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가 교회다.
찰스 콜슨은 이 책을 통해 교회론을 하나의 '이론'으로 다루기보다는 참된 교회로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루마니아의
체아우셰스쿠 정권을 무너뜨린 티미쇼아라 교회와 토케스 목사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콜슨은 참된 그리스도 신앙이 사람을
얼마나 철저하게 바꿀 수 있으며, 참된 그리스도인들의 무력함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를 증언한다. 그는 이 이야기들을 도서관에서
수집하지 않았다. 서문에서 스스로 밝히는 바와 같이 오랜 기간 동안 로스앤젤레스로부터 루마니아의 티미쇼아라에 이르기까지
직접 방문하여 확인하고 연구한 이야기들이다. 콜슨은 아주 요령 있는 편집을 통해, 이야기를 통해 교회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고, 교회의 본질에 대한 논의를 실제 이야기들을 통해 구체화시킨다.
콜슨은 신학자가 아니다. 물론, 신학을 공부하기는 했지만, 그는 오히려 이론가이기보다는 실천가에 가깝다. 그는 촉망받는 변호사였고, 정치가였고, 전략가였다. 그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것은 닉슨의 백악관 참모로 있다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감옥에 수감되면서였다(<백악관에서 감옥까지>를 참고하라).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백악관이 아니라 세상의 바닥이었던 감옥에서 그는 진정한 인생의 전환을 경험했다. 출감한 이후, 그는 교도소선교회를 설립하여 선교 활동을 주도할 뿐 아니라, 기독교 전체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이 급부상했다. 이 같은 실천가적 안목이 이 책의 내용을 더욱 실하게 했고, 주장하는 바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다.
이 책이 가진 또 다른 장점은 자유주의적인 전통과 보수주의적인 전통을 아우르는 매우 통전적인 비전(holistic vision)을 교회를 향해 제시한다는 점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자유주의 전통의 교회에서는 세상 안에서의 교회의 역할에 대해 깊은 관심을 기우려 왔다. 하지만 그것이 때로 균형을 잃어버림으로 인해, 교회가 마땅히 지녀야 할 삶의 질에 대해서 소홀히 하는 잘못을 범해 왔다. 바깥일에 빠지는 바람에 가정의 삶이 침해당한 경우에 비교할 수 있을까? 반면, 보수주의적인 전통의 교회들은 교회가 해야 할 '본연의 사명'은 개인의 영혼을 구하는 데 있다고 생각함으로 인해, 세상에 대한 책임을 등한히 하곤 했다. 세상이 어찌되었든, 내 가정만 잘 보살피면 된다고 생각하는 가장에 비유할 수 있으리라.
콜슨이 이 책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두 전통 모두를 격려하는 동시에 비판한다. 그는 교회가 혹은 그리스도인이 마땅히 참된 그리스도 신앙 위에 서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렇지 않고는 교회라 할 수도, 그리스도인이라 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리스도에 대한 참된 신앙 고백은 인간의 내면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참된 신앙 고백은 세상의 문제에 대해 책임 있게 응답하는 것이며, 세속적인 문화에 대해 분별적으로 대응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의 원천은 그리스도의 영이다. 다른 어떤 이데올로기도, 정치적 동기도 허용될 수 없다. 교회는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은 불꽃같은 눈으로 세상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정체를 뚜렷이 지키고, 그렇게 함으로 하나님의 현존을 세상에 드러냄으로, 세상이 스스로 변화하도록 유도할 능력을 가진 존재들이다. 오직 그럴 때에만 교회는 세상의 희망이 될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다음 내게 떠오른 질문이 하나 있다. “오늘날 우리 교회들은 무슨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가?” 과연, 하나님의 현존을 드러낼 만큼 뚜렷한 기적의 이야기들이 있는가? 말기 암 환자가 기도로써 치료되었다는 이야기는 이제 너무 많이 들었다. 무일푼에서 시작하여 거대한 성전을 지을 만큼 축복을 받았다는 이야기에도 별 관심이 없다. 그런 이야기 말고, 무력한 촛불 기도회 앞에서 중무장한 권력자가 패주했다는 이야기, 혹은 다른 사람을 위해 대신 죽음의 길로 들어서 죽음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준 콜베 신부 같은 이야기를 우리 사회는 듣고 싶어 한다. 과연 우리에게는 그런 이야기가 있는가? 하나님이 교회 안에서만 일하시는 것 같은 이야기 말고, 이 세상 한 복판에서 일하고 계심을 드러내 주는 이야기가 우리에게는 있는가?
신학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은 '대안공동체'(alternative community)로서의 교회에 대한 증언록이라 할 수 있다. 이 세상에 삶의 대안을 보여 주는 것이 교회의 우선적인 과제라는 주장은 디트리히 본 회퍼(Dietrich Bon Hoeffer), 게르하르트 로핑크(Gerhard Lohfink), 존 요더(John Howard Yoder), 스탠리 하우워워즈(Stanley Hauerwas)로 면면히 이어져 왔다. 또 다른 기독교 실천가 짐 윌리스(Jim Willis)는 '소저너스'(The Sojourners)를 창안하여 이 비전을 실천해 오고 있다. <이것이 교회다>는 이 비전을 실천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들로서, 어떻게 교회가 세상의 희망이 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나는 한 교회의 목회자로서 이 책을 읽으면서 큰 용기를 얻었다. 내가 목회하는 이유는 아직도 교회가 희망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회 현장에 서 있으면서도 어떻게 해야 그 희망을 회복시킬 수 있는지 의문에 휩싸일 때가 많다. 목회 현장에서의 나의 분투가 허상인 수(number)를 붙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현존을 세상 한 복판에 드러내는 일에 향해져 있어야 함을 안다. 그러기 위해 그 어떤 권력에도 의존하지 않고 무력해져 하나님께 나를 맡겨야 함을 안다. 그러면서도 나는 어느새 하나님과 맘몬에 한 다리씩을 걸쳐 놓고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맘몬의 힘으로 하나님의 능력을 과시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혹은 하나님의 능력으로 맘몬의 힘을 키우려 한다. 이런 나에게 이 책은 과감히 한 다리를 빼내어 하나님께 도약하도록 격려한다. 하나님께서 스스로의 존재를 드러내시지 않는 한, 그 어떠한 노력도 하나님의 현존을 가릴 뿐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교회 성장을 위해 고민하는 사람은 이 책을 볼 필요가 없다. 오히려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오히려 거부감을 느낄 것이다. 자신이 서 있는 목회 현장을 보고는 "이것은 교회가 아니구나!"라는 자각을 하게 될지 모른다. 그 자각을 받아들인다면 희망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책은 부담만을 안겨줄 것이다. 하지만 참된 교회를 꿈꾸는 사람들은 이 책에서 많은 위로를 받을 것이고 희망을 볼 것이다. 먼저 나 자신이 참된 교회가 되고, 그 참된 영성을 전염시켜 확산시킨다면, 우리도 세상 한 복판에서 활동하시는 하나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이 서평은 <목회와 신학> 2006년도 2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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