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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이 되랴, 작품이 되랴?" - 김영봉 목사  (2006년 봄)

이번 봄철 신앙강좌에서 김수지 교수님은 저희에게 참 좋은 인상을 남기고 가셨습니다. 그분을 모신 이유는 그분의 학력이나 학문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실상, 학력으로 따지자면 그분보다 더 훌륭한 분들이 우리 교회에 많이 계십니다. 학문성으로 따져도 그렇습니다. 유명세로 해도 그렇습니다. 김수지 교수님 자신도 그런 것을 내세우지 않으셨지만, 저도 그런 것 때문에 그분을 모시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한 가지, 그분의 신앙인격 때문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사흘 동안 그분과 함께 지내면서 그분의 감화력에 깊은 영향을 받은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모이는 사람들의 수는 줄어들었지만, ‘들을 귀 있는’ 사람들에게 끼친 감화력은 더 켜졌습니다. 그 감화력의 원천은 그분이 신앙인답게 살기 위해 전심을 다해 왔다는 점에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진정으로 행복을 누리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어떤 분이 그분을 가리켜 “세상에 천사가 살고 있다면 반드시 김수지 교수가 그 중 하나일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공감이 가는 말씀입니다. 그분이 하고 있는 일을 알고 나면 더 그렇게 느꼈을 것입니다. 워낙 겸손한 분이다 보니, 남들 같으면 자랑할 법한 일들이 많이 있음에도, 다 감추어 두시고 홀홀히 떠나셨습니다.

이번 집회에서 제게 가장 깊이 남은 말씀은 “하나님은 우리 모두를 걸작품(master piece)으로 지으셨는데, 우리는 상품(sale’s item)으로 살아가려고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첫 날, 스쳐 지나 가면서 한 번 말씀했을뿐인데, 제게는 그것이 제일 인상 깊게 남아있습니다. 아마도 제가 그런 문제로 오래도록 씨름해 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현재까지 인간이 개발한 제도 중에서 ‘자본주의’(capitalism)가 가장 이상적인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천국’(Paradise of Capitalism)인 미국으로 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자본주의는 수 많은 위험 요소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기독교 사상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상품화’ 혹은 ‘상업화’( commercialization)입니다. 모든 것의 가치가 돈의 값으로 계산되는 사회에서 사는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우리 자신까지도 상품으로 만들어 더 많은 값을 받기 위해 시장에 내어 놓으려 합니다.

얼마 전, 자신의 몸을 ‘문신광고’(tattoo ad)에 파는 사람들이 많다는 기사를 읽고, 자본주의의 극단적인 질환을 보는 듯해서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자신의 팔이나 복부에 어떤 상품의 광고를 문신으로 새기고 돌아다니는 것을 대가로 5천 달러 혹은 3천 달러를 요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그 사람의 몸매가 좋으면 값이 더 나갈 것입니다. 신체의 어느 부위에 문신을 하느냐에 따라서 또한 값이 달라질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문신 광고를 위해 자신의 몸을 내놓겠다는 광고를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 기사를 읽으며, “이것과 매매춘이 어떻게 다를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매매춘에 반대하듯이, 자신의 몸을 문신광고에 파는 행위도 반대하게 됩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행해지는 많은 행동들이 그것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신문 기사나 뉴스에서 ‘억대 몸값’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사람들은 더 많은 값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고용하는 사람들(employers)은 그 값을 깎기 위해 노력합니다. 고용된 후에는, 고용한 사람은 더 많은 대가를 얻어내기 위해 고용인(employee)을 착취하려 하고, 고용된 사람(employee)은 최소의 대가만을 지불하려고 노력합니다. 더 많은 돈을 준다고 하면 의리도, 신의도 저버리고 등을 집니다. 그것이 프로의 자존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용한 사람은 사용 가치가 떨어졌다 싶으면 언제라도 그 사람을 버립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정신 없이 따라가다 보니, 우리는 어느새 우리 자신의 인생을 하나의 ‘상품’으로 생각하고, 다른 상품과 비교하기에 바쁩니다. 나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나면, 분해서 잠을 못 이룹니다. 나보다 낫다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수입이 적다는 것을 알고 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낫다고 느끼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이 노력하고 더 많이 수입을 올리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는 인생을 값싼 상품으로 만들어 팔러 다니다가, 때가 되면 마치 아무도 찾지 않은 고물차처럼 폐기 처분시키고 맙니다.

아, 그건 아닙니다. 하나님은 우리 인간을 시장에 내다 팔 상품으로 지으신 것이 아닙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둘도 없는 ‘걸작품’(master piece)로 만드셨습니다. 돈의 값으로 인생의 가치가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의 용도가 어떻든지 상관 없이, 그 사람의 연봉이 얼마든지 상관 없이, 그 사람이 하는 일이 무엇이든 상관 없이, 그 사람의 외모가 어떻든 상관 없이, 그 사람의 학력과 능력이 어떻든 상관 없이, 그 사람이 쓸모 있든 없든 상관 없이, 인간으로 지어진 이상, 누구나 절대 가치를 가지는 하나님의 ‘애장품’(the most cherished master piece of God)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한 사람의 영혼이 온 천하 보다 더 귀하다”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이 말씀에는 아무 조건이 없습니다. 인간으로 불리는 존재는 누구나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가 없는, 그 자신으로서 영원하고 절대적인 가치를 지니는 하나님의 걸작품입니다.

걸작품이 상품으로 전락하는 것이 타락입니다. 절대 가치를 지니고 하나님의 뜻을 위해 살아가야 할 인간이 돈값에 자신의 인생을 파는 것이 타락 중에도 가장 큰 타락입니다. 자신을 상품화시킬 때, 인간은 여지 없이 타락합니다. 이것은 종교지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많은 청중을 동원할 인기와 능력을 가진 강사라 할지라도, 자신을 상품화시키는 사람은 모두 가짜입니다. 제가 어느 책에서 읽은 이야기입니다. 우리 나라 문화재에 대한 식견으로 유명한 어느 학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의 책이 베스트셀러로 팔리기도 했고, 문화재와 관련된 높은 관직에도 올랐던 사람입니다. 한 번은 그의 동료 교수가 그 학자에게, 자신이 아는 어느 사회 봉사 단체에 가서 강의를 해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 단체는 자선 단체이므로 강사료가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그 학자가, “나는 청중이 100명 이하이고, 강연료가 시간당 100만원 이상이 아니면 응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더랍니다. 그래서 그 동료 교수가 정면에서 “너는 개XX다”라고 쏘아 붙였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심한 욕을 할 필요는 없었겠으나, 그 글을 읽은 후로, 저는 그 학자에 대한 모든 존경심을 접어 두었습니다.

이 점에서 저 자신도 많이 조심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제가 봉직하던 대학교에 있을 때, 더 역사 깊고 조건 좋은 대학에서 오라는 초청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저의 은사께서 총장으로 선출되면서, 그 자리를 맡지 않겠느냐는 문의가 왔던 것입니다. 그 때, 저는 “내가 프로야구 선수인가?”라는 생각을 했고, 몇 주일 동안 “주님, 이것이 기회입니까 유혹입니까?”라고 기도하면서 마음을 다스려야 했습니다. 결국 저는 그 제의를 사양했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동안 제가 한 일 중 가장 잘 한 일 에 속하리라고 믿습니다. 지금도 그 정신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저의 저서가 널리 읽혀지면서 집회 초청이 많이 옵니다만, 지금껏 할 수 있는 한 사양해 오고 있습니다. ‘할 수 있는 대로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저 자신을 속이고 유명세를 누리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그럴 경우, 제 영성이 타락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꼭 응해야 할 경우 외에는 사양하고 있습니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한적한 곳에 가서 기도하고 생각하고 책을 읽는데 사용하려 합니다. 그래야 제가 ‘복음의 장사꾼’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걸작품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제 아무리 많은 연봉을 받는다고 해도, 그것으로 인해 우리의 인생의 값이 높아지지 않습니다. 제 아무리 가난하고 초라하게 산다해도, 그것으로 인해 인생의 값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우리의 창조자이신 하나님의 눈에는, 그리고 먼지 구덩이로부터 우리를 건져 다시 걸작품으로 회복시키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눈에는, 우리 각자는 더 없이 귀한 존재들입니다. 그러므로 돈 값을 높임으로 우리 인생이 더 귀해지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하나님이 지으신 우리의 가치를 더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눈으로 다른 사람을 보아야 합니다. 내 눈에 보이는대로 그 사람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절대적인 애장품으로,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생명을 바쳐 구해내신 고귀한 존재로, 모든 사람을 보아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모든 사람을 존귀한 존재로 대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의 걸작품이요 애장품인 여러분을 모두 사랑합니다. 제가 하는 모든 일을 통해 여러분의 작품성이 더욱 도드라지게 되기를 빕니다. 우리 모두의 인생이 몸값을 불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부여하신 예술적 가치를 더 빛나게 하는 일에 사용되기를 손 모아 기원합니다.